가을과 겨울, 그 중점에 서서

Posted at 2007/11/22 11:34 // in journals // by Baezzie


파아랗게 질린.
아직 따사로운 단풍을 한껏 채 피어올려보지도 못한 은행나무 잎들이
급작스런 추위에 우수수 낙하해버리고
떨어진것들은 잔디마냥 자근 자근 밟혀
우리집 앞 버스정류장 아스팔트를 질린 초록색으로 물들인다

비와 한데 섞여
찢기고 조각나며 초록 물을 꺼이 꺼이 흘리고 있는
그것들을 보자니 나도 깜짝 놀란 급추위가 조금은 괘씸하기도 하다만
겨울에 태어난 나로써
눈오는 겨울이 반가운건 어쩔 수 없다.




검은 밤이 길어지고 하얀 눈이 뒤덮이기에
우리는 한껏 알록달록 할수 있는
겨울이 ㅡ
좋다.


긴긴밤에 하얗고 시리게 생긴 달마져 휘영청 뜬다면
그것은 사랑하는 식구들과 사람들과
볼을 비비고 손을 마주 잡고 하얀 김을 내 뿜으며
설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리라


참 살면서는 좋은일도 많고 실망할 일도 많은 것 같다.
그런 요동치는 생활에서 더 즐거울 수 있는 il mago (마법) 은
좋은 일을 더 순수하게 깨끗하게 기쁘게 한껏
기쁨 자체로 기뻐하고 좋아하고

실망했던일은 내 마음속 교훈으로 삼고
경험했다는 흔적만,
마치 좀이 쓸어 구멍 난 스웨터를 엄마가 꿰메어 준 흔적으로 남은 말미잘 멍게 자국처럼,
담담하게 그렇게
차곡차곡 내안의 성숙으로 남길 수 있다면 참 좋겠다.


2007년 따뜻한 겨울,
가을을 지나는 그 중점에 서서.

2007/11/22 11:34 2007/11/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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