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갑자기 때 아닌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고 전화왔는데.
홍콩도 갑자기 많이 추워졌다.
비 소리가 듣고 싶어- 생각 하며 스르륵 낮잠이 들었었는데
깨보니까 어둑 어둑한 방 창문에 빗방울들이 이마를 똑똑 대고 있었다.
내가 지금 어딘지 몇 신지 꾸득 꾸득, 나른하게 헷갈리는 그 낯선 세계의 어스름.
비단 달력만이 아니라
어느새 텅텅 다 써버린 커다란 샴푸통과
다 짜서 쓴 치약도 '너 조금있으면 가'를 외친다.
웃기게도 오기 전에도 아무 느낌 없이 덤덤했던 것 처럼
갈 때가 다 되서도 어쩜 이리 두툼한 발 바닥 마냥 무던한지
그냥 시험 끝난 주말에 영화 보고 밀린 빨랫감들과 베겟보도 벗겨 세탁기도 돌리고
이번 주일엔 새벽 미사를 가볼까 말까
내 평생 버릴 수 없는 단짝 게으름과 상의도 하다가.
오랜만에 본 영화는 'NANA'
나는 많은 것에 indifferent 하다. (게임이론을 자꾸 듣다보니 이런 용어가;;)
내 것이 아닌 종교가 되었든 관점이 되었든 가치가 되었든.
관심 없어- 라기 보다는 정말 그 진지한 눈빛들을 믿고 진심으로 끄덕이되
나는 '내 취향' 에 맞는 것들만 고르고 그 외의 것은
그대- 로 내 주관 개입 없이 머리속에 실어 놓는다는 거다.
일본 문화도 마찬가지.
응.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지.
일본에 링크되는 몇 가지 개념들과 합쳐서 한 묶음으로 그냥 머리 속에 있다.
근데 그런 것들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건
내가 본디 남의 말을 귓 등으로도 잘 안 듣는 인간인지라
내가 직접 경험을 해야 비로소 조금씩 가치 판단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영화가 되었든 음악이 되었든, 또 사람이 되었든.
내가 어떤 기분이든, 어떤 날씨이든 상관없이
대체적으로 paris match의 음악은 고개를 흔들만큼 괜찮다.
못 알아듣는 가사에 비트 있는 밴드와 귀를 방해 않는 목소리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일본 음악'은 꽤 괜찮은 점수.
사실, 일본 음악을 처음 들은 건 나름 중학교 졸업 무렵 처음으로 설레였던 남자친구가 (하하)
라르크 엔 씨엘을 좋아했던 아이라 어쩌다 들었던거 같다. stay away ?
나나에 나오는 음악들이 내가 그렇게 처음 들었던 음악들과 닮았다.
그리고 두명의 나나 또한 내 안의 한 부분들과도.
갸녀린 몸에 터프한 장신구가 잘 어울리는 나나가 울면서 택한 스스로의 프라이드와
하치의 정말 귀여운 그 달랑거림 속 진심어림
언제나 사랑이라는 테마는 영화나 연극, 책 그리고 물론 만화책에 영원무궁 1위 소재다.
그러니까 사실 '소재'가 뭐냐 하는 것은 그리 크게 중요하지 않고
그 소재를 어떻게 쓰냐 같다.
적어도,
시작만 봐도 끝이 보이는 한국 드라마식 꼬이고 얽힌 눈물의 사랑이야기 아니고
사랑에 눈 멀어 너와 나 = 사랑 이라고 한 묶음으로 보지 않고
나와 너, 그저 나라는 한 존재와 내가 사랑하는 너의 존재 로 볼 수 있는,
그렇지만 또 서로가 누구 못지 않게 애틋한.
그런 사랑 이야기라
너무 나의 갈증을 적절히 채워 주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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