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정이랑 날씨 화창하던 날 삼청동에 데이트하러 갔다.
한국 오기 전부터 벚꽃놀이 하러갈 날짜 정해놨었는데
벚꽃은 온데간데 없이 다 져버리구. 이렇게 싱싱한 녹음이 벌써 -
첨에 한두장 잘 대주더니 다시 시작하는 사진 찍기 싫어 모드 깨정이.
그치만 그날 니 웃음은 날씨만큼이나 화사했는걸.
내가 들고 있는 저 작품은 Yayoi Kusama 라는 작가의 작품이래는데
혜정이랑 경복궁에서 삼청동까지 걸어가다가 랜덤으로 발견한 갤러리에서 집어온거.
아져씨 말에 의하면 아주 비싼! 작품들이래는데 나는 어쩐지 징그러워서 조금 싫었어
차리리 그 옆에 있었던 woolga choi 의 색감 알록달록하고 귀염성이 없지 않게 있는 그림이
더 좋아- 생각하고 있는데 혜정이가 그 그림을 가르키며 아져씨에게 묻는다.
"아져씨 이거 제목이 뭐예요?"
신기하지. 나는 제목이 뭘까 - 궁금하단 생각 못해봤는데.
흥분하며 혜정이에게 침튀겨가며 이야기했다.
내 이곳에 꼭 살겠노라고.
비록 지금은 관광객처럼 앞에서 사진만 찍고 가지만.
귀여운 장난감만 보면 어쩐지 깨정이 생각이 난다.
입으로 소리내지 않는 것들과 대화할 수 있는 내 유일한 친구거던.
유후-
이것봐. 혜정이랑만 있으면 새로운 에너지가 내 안에서 용솟음 친다니까.
하루 종일 옹기종기 모여있는 예쁜 옷집, 갤러리, 카페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구 만져보고. 북 까페가서 완전 비싼 아이스녹차 시키고 바람 부는 창가 옆
소파에 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포즈로 앉아 세계 기네스북 기록도 읽어보고
국화꽃 향기도 읽어보고.
스르륵 잠이 들어 잠시 졸다가 눈 떠보니 내 앞의 혜정이는
나는 정말 드물게 할 수 있는 죽은 듯 숨도 안쉴듯 집중하는 눈으로
책을 흡수하고 있었다.
내가 쓰는 글이랑, 혜정이가 쓴는 글은 정말 다르다.
내가 너무도 읽기 좋아하는 혜정이만의 글은, 보다
원색적이고 분위기 있으며 분산되는 듯 집중적이다.
어떤 사람의 글을 읽을때면
그 사람의 목소리가 그냥 글씨에 나타나 귓가에 들리는 글도 있고
아니면 정말 이사람이 쓴건가 싶을 정도로 내가 알던 사람의 이미지와 다른 글도 있고
혹은 그 사람속에 어디엔가 이런 면이 있을 것 같아- 라고 어렴풋이나마 느끼던
그런 부분을 여실하게 드러내 피식- 웃게해주는 글도 있고.
혜정이의 글은
그 어떤 글보다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홍콩에 교환학생 간다고 했을때
처음 받아본 혜정이의 편지 묶음부터- 요리책에 써준 쌩뚱맞은 몇글자까지.
내가 아니면 못느낄것만 같은 (순전히 내 착각일지도 모르나)
코드화된 이 아이의 보일듯 말듯 여리고 고요한 어떤 부분들.
혜정이는 어제 훌쩍 영국으로 떠나버렸다.
어찌나 용감한지 그냥 정말 훌쩍 떠나버렸다. 자기가 보고싶고,하고 싶은거 찾아서.
나는 이제 누구한테 나의 나만의 복잡괴기스러운 고민 털어놓나- 또 하나의 고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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