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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44 AM

Posted at 2008/02/04 21:58 // in journals // by Baezzie


날씨가 풀렸다고 하면서도 쌀쌀한 월요일 아침,
여덟시 사십사분 에이엠. 막 45분으로 바뀌는 찰나에-
그 또 다른 일분이 시작하는 시점의 시각을 우연히 훔쳐보고 말았다.

퀴퀴한 버스에서 내려 전철로 갈아타기 위해
다시 입김이 뽀오얗게 나는 차가운 아스팔트위에 서있게 되자
- 문득 여기는 어디인거지.


''
털을 오리털처럼 한것 부풀린 비둘기들이 구구구 모여서 꾸벅꾸벅 조는,
따뜻한 단물이 송글 송글 맺혀 있는 비닐에 담긴 옥수수들이 가지런히 앉아있는,
지방 곳곳으로 다녀오기 위해 엔진에 예열하고 있는 고속버스들이 웅웅 소리내고 있는 곳.
기다림의 공간, 여기는 어디인거지.



정신없이 옷깃을 여미며 반 무의식 적 출근길로 지하철을 타러가는 대신 문득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발은 이미 고속버스터미널에 경부선 열차표를 사기위해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가야할 곳이 있어.
- 여보세요, 전화받는 사람들 틈을 지나
추운줄도 모르고 길거리의 낡은 벤치처럼 늙은 얼굴들이 쭈글쭈글 자고 있는 길을 지나
당연한듯 계획한듯 혹은 아무 생각 없는 듯 부산가는 표를 끊는다.
손에 받은 직사각형 종이에는 출발시간 09:35. 하루에 한번, 단지 일분간 지속될 짧은 시간이 적혀있다.
출발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다.
무얼 할까.
망설이다 지나간 십분을 못 먹는 콩나물 대가리처럼 따버리고
남은 잔돈과 남은 시간으로 정치인의 얼굴이 담긴 얇은 잡지 한권을 산다.
차갑고 건조한 손끝으로 침을 묻혀가며 넘긴 잡지에는 작고 사소한 이야기는 한조각도 없다.
예를 들면 작은 참새가 수도 없이 가지를 물어 날라 둥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라든지
홀로 다니던 달팽이 두 마리 마침내 제 짝을 잘 찾았다는 이야기라든지.
바람처럼 페이지를 휘휘 넘기고 쓰레기통에 털썩 던져버린다
그리고 툭툭 걸어가 늦지 않게 커다란 고속버스 안 좌석에 몸을 싣는다

하아-
입김을 창에 내뿜어본다
보이지 않던 그 누군가의 손자국이 슬며시 드러난다
어린아이의 손바닥 이었을까
너무나 작고 가느다란 새끼 손가락의 지문이 선명하다
엄마 품에 안겨 창에 작은 이마와 고사리같은 손을 대고 까르르 웃었을
아기 웃음마져 그 흔적에 묻어난다
내 손바닥을 펼쳐 남아있는 지문에 내 지문을 맞추어보다가



나도 살며시 촉촉한 창문에 이마를 대본다.
그리고
살포시 눈을 감는다




차갑고 촉촉한 겨울의 기운이창 밖에서 창 안으로-
창에서 내 이마로, 머리로, 뇌 속으로, 생각으로
결국 마음으로 - 스며든다.




겨울을 생각한다.

기러기를 생각하며
바다를 생각한다.



그 생각의 끝에서


봄을 생각한다.

새끼 물고기를 생각하며
사랑을 생각한다.





잠깐 차가운 졸음에 잠시 잠깐.
빠져든다.

잠시 차가운 단잠에 빠져든다.
잠깐만.








얼마나 지났을까.
은하철도를 꿈꾸다가 번뜩.
눈.을 뜬다


도착한 곳은 안드로메다도 아닌
부산도 아닌
선릉.선릉.


이번에 내리실 곳은 선릉이다.
내리실 문은 왼쪽이다.



주저없이 놀란기색을 안으로 감추며
당연한듯 멀쩡한듯
오늘도 1번 출구를 향해

은하수 대신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를 건너
힘차게 달린다.




가봐야할곳이 있어-


지금은. 오늘은.

아직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 안에서.









2008/02/04 21:58 2008/02/04 21:58
  1. ggo

    2008/02/06 14:18 [수정/삭제] [답글]

    연휴 때는 쉬지? 복많이 받고 너무 늦었지만 생일도 축하하고;;;
    이거 보거든 나한테 전화한통 주고ㅎ

    • baezzie

      2008/02/07 19:13 [수정/삭제]

      co! Happy new year! :)
      황장군한테 전화 왔던데 - 셰럴이랑 대구 내려간다구.ㅋㅋ
      대우 힘들다며 ㅠㅠ 조만간빨리 우리 뭉쳐!!!! ㅋㅋ

  2. ggo

    2008/02/09 12:41 [수정/삭제] [답글]

    오오오 드디어 셰럴한테 '형수님'이란 단어를 가르쳐야 할 때가 오는거? ㅋㅋ
    큐형님 귀경하고 자리한번 만들기로 했으니 그때봅세

    • baezzie

      2008/02/09 16:51 [수정/삭제]

      ㅋㅋㅋㅋ 형수님 ㅋㅋㅋㅋ완전 .. 음..ㅋㅋ
      좋아. 그때 다영이도 불러버릴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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