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Posted at 2008/10/16 17:41 // in movies & book // by Baezzie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노희경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 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 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 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 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아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
영원 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 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겨울도

난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2008/10/16 17:41 2008/10/16 17:41
  1. 비밀방문자

    2008/10/19 01:58 [수정/삭제] [답글]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Baezzie

      2008/10/21 00:36 [수정/삭제]

      제목부터 엄청 유명한 이 작품을 잠시나마 내 솜씨로 착각해주다니, 이것 참 영광인데? ^^ 이래뵈도 고삼때 같을 때 아주 심오하게 문학의 세계에 빠져들어 나도 가끔 이거 못지 않은 것들을 때때로 쓰곤 했다오...ㅋㅋ 믿어줘~ ㅋㅋ 나야 잘 지내고 있지. 가끔 귀찮은 나의 예민하신 감수성님이 찾아오실때 귀찮은 닭똥 눈물 가끔 닦아가면서 ㅋ 키야.. 가을이란.. 이러기도 하면서 ㅋ. 공부는 처음엔 아주 흥미로웠는데 조금씩 지루해지기도 하는데 다시 불붙여보려고 열심히 하는중. 넌 어때. 틈틈이 보니 여행도 다니고 잘 살고 있더구만. 야 근데 너 옹졸하게 일촌신청 다시 안할꺼야? -0- ㅋㅋㅋ 다음에 보면 옹졸맨이라고 불러줘야겠어....응?

      그리고 작가는 아무나 하는거야. 글은 쓰는 사람 마음 달래주려고 쓰는거잖아. ;) 일명 글과 인생은 다 개똥철학인 것이지...ㅋ

  2. hewas

    2008/10/24 22:10 [수정/삭제] [답글]

    예전에 이 글을 봤을땐 별 생각 안들더니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는 이시간에 다시 이 글을 읽으니
    와 ?6 지금의 처지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 baezzie

      2008/10/25 16:47 [수정/삭제]

      저에게 10시란 아직 이성이 완전 99%일때인데..ㅋ
      저는 새벽 1시부터 슬슬 두근거리는데 hewas님은 좀 일찍 시작하시나봐요. ㅋㅋ 감성 만세!! 이성도 만세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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