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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목 련 - 류시화 (1) 2008/03/19

목련

Posted at 2009/04/09 18:59 // in journals // by Baezzie


딱 어제까지만 해도

밤에 눈부신 불 켜놓은 것 처럼

은은하고 화사하게 아름다웠던 목련인데


벌써 오늘부터

처절한 바나나 껍찔처럼 바닥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불쌍한지고 또 허무한지고.
2009/04/09 18:59 2009/04/09 18:59
  1. moreno

    2009/04/13 20:25 [수정/삭제] [답글]

    목련/ 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 Baezzie

      2009/04/28 23:38 [수정/삭제]

      어서 변덕스러운 봄이 지나,

      뜨거울 여름이 지나,

      풍성하고 여유있을 가을이 왔으면 좋겠어.

      가을이 되면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갈 수 있겠지.

      가을이 되면 한시름 돌리고 여행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

      가을이 되면 도자기 컵을 구우러 해이리도 가볼 수 있겠지.

      가을이 되면 내년 초를 상상하며 부디 마음이 벅찰 수 있겠지.

      그런 가을을 위해

      이번 봄에는, 허무같은 사치는

      생각해보지 못한 것 같아.


      그저 싱싱한 녹음이 푸르름이 기다려지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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