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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전된 성당 2009/09/14

정전된 성당

Posted at 2009/09/14 21:53 // in journals // by Baezz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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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성당에 오랜만에 일찍 도착했다.

간만에 보는 미사에 설레는 마음으로 성당안으로 들어가는데

그날 따라 분위기가 고즈넉했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정전 덕분이었다.


정전된 분위기는 생각보다 분위기가 더욱 좋았다.

원래 늘 그랬던 제대위에 있는 촛불이 더욱 돋보이고 진지해보였다.


미사가 시작해도 정전은 계속 되었고

내 눈은 점점 어둠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안보이던 글씨들이 하나둘 조금 씩 눈에 들어온다.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이... 어둠으로의 진화 ?


기도는 왠지 더 차분한 마음에 잘 되었고

이대로 쭉 가면 좋겠다......하는 순간





전기는 무드없이 다시 약 30분 만에 들어와버렸고

반가워야 할 빛은 그냥 생뚱깽뚱 맞은 불청객같았다.



가끔은 전기 불 없이 어두워지면 어두워지는 대로

가족들과 엉켜서 서로 깨물고 장난하고

조용조용 이야기하고 킥킥대야만 하는

그런 생활권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 남편 되실 분은 일년에 몇일쯤 전기가 밤에 끊기는

필리핀의 한 섬에 가서 살 준비가 되어있으시길 바란다.



아멘.


2009/09/14 21:53 2009/09/1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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