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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체온 도둑 2007/05/17

체온 도둑

Posted at 2007/05/17 00:29 // in my arts // by Baezzie


나는 아찔하고 작은 체온 도둑이다.




버스 창가에 하얀 김이 서릴 만큼 추운 겨울 날

끽- 하고 잠시 선 버스 정류장에서 내가 탄 버스를 세워 잡아타고

나의 옆 빈자리로 투덕 투덕 걸어와 털썩 앉아버려서

그 더운 에너지가, 그의 따뜻한 체온이 낯선 듯 친근해 보이는 그 아이의 청바지를 지나

닿을 듯 말듯 살짝 닿은 내 청바지 또한 끝에서 부터 천천히 그 체온을 전해짐을 받는.

그렇게 앙큼하게 시선도 마주치지 않은 타인의,
 
그 사람은 주는 지도 잘 모르고 있는 따뜻함을 즐기는 나는


체온 도둑이다.




방안에서 컴퓨터로 부스럭거리고 끄적거리고 티딕거리고 있다가

발로 걸어 몸만 움직인다 뿐이지 생각의 교향곡은 계속 이어나가며

화장실에 가려고 불을 탁 키면- 우리집에 발발거리는 작은 솜 뭉치 하나가

화장실 앞 방석위에서 또아리틀고 자다가 기절을 하고 벌떡 방석에서 일어난다.

나는 또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작은 마르치스가 몇시간 가량 쌔근거리며 자던-

자세히 보면 강아지의 꿈조차 아직 증발하지 못한 채 아른거리며 묻어 있는 그 방석위로

내 차가운 발을 냉큼 올려 놓는다.

마치 강아지 배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그 방석이란ㅡ

나는 그 3초동안 눈을 지그시 감고 너무 행복한


체온 도둑이다.




겨울에 꽁꽁 손이 시릴때면

팔을 뻗을 수 있는 반경 내의 목을 겨냥해, 내 손을- 쏜다.

특히나 목도리를 둘렀거나 캐시미어 터틀넥 스웨터를 입은 목은

고등어같이 차가운 내 손의 1등 먹이감이다.

차갑다고 꿱꿱 거리며 몸을 요동치며 내 손을 떼어내려는 내 친구들의 목에

말미잘처럼 찰싹 붙어 체온을 훔쳐가는 나는 체온 도둑이다.

옆에 친구 목이 없다면 내 스스로 목의 따스함을 손에게 조금 나누어 줄때도 있는

어찌보면 로빈훗 같다고 우기고 싶은 나는


체온 도둑이다.



사람의 평균 체온이 36.5도 라고들 하지만

어찌 복잡미묘다중적 인 인간들이 다 똑같은 체온을 항시 가지고 있겠는가

겨울이 아니어서 내가 꼭 춥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체온이 궁금한건지 왜 그러는지

손을 꼬옥 잡음으로-

팔짱을 껴 팔 안쪽을 맞댐으로-

어깨동무를 해 어깨와 팔을 엮음으로-

땀 냄새 촉촉하게 정겹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꽉 껴앉음으로-

설렐 듯 아찔할 듯 은근 슬쩍 모르는 척 하고 싶은 예쁜 입맞춤으로-


나는 체온 도둑이고 싶다.
 

2007/05/17 00:29 2007/05/1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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